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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문의가 왜 가게로 갈까? 배민 라이더 CS 프로세스 개편 이야기

Ddani_ng 2025. 5. 29. 17:15

 

배민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라이더와 관련된 불편을 겪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대상은, 바로 가게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은 음식점에 전화를 하고, 사장님은 “그건 배민 고객센터에 문의하셔야 합니다”라고 응답하는 구조다.

이 구조, 문제 없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꽤 큰 문제였다.
우리 팀은 내일배움캠프 PM트랙 프로젝트를 통해 이 고객문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야 ‘상생’과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배달비는 누가 부담할까?

문제의 시작은 배민의 멤버십 구조에서 출발했다.

배민클럽은 소비자가 월 3,900원을 내고 무료배달 혜택을 누리는 서비스다.
반면, 사장님을 위한 배민1 플러스는 주문을 더 유입시켜주고 리뷰 관리 등을 도와주는 멤버십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적으로 배달비 부담이 점점 점주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엔 소비자가 주문할 때마다 배달비를 냈고, 점주는 일부를 부담해 배달대행사에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은 멤버십 비용만 내고, 배달비는 사실상 점주가 부담하게 됐다.

이 때문에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배민클럽 토글을 켜는 건 배달비 폭탄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는 곧 점주의 멤버십 이탈률 상승,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배달’이 아니라 ‘문의’였다

이런 배달비 이슈 외에도, 사장님들의 불만을 좀 더 깊이 듣기 위해 직접 5명의 사장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통된 키워드는 ‘배민라이더 관련 문의가 가게로 온다’는 점이었다.

“고객이 배달 문제로 전화하면 해결해줄 방법이 없어요.”
“고객센터는 연결이 너무 느려요. 저랑 고객이 동시에 전화 걸고 기다리죠.”
“배달 문제로 부정 리뷰를 받으면 억울해요. 저는 제 할 일을 다 했는데요.”

즉, 배민 측 과실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점주가 대신 응대해야 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배민 라이더 관련 문제를 앱 내에서 고객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 사장님의 문의 부담이 줄고,
  • 멤버십 이탈률은 낮아지고,
  • 고객의 불편도 줄어 멤버십 유지율은 높아질 것이다.

고객센터에 전화가 몰리는 상황도 줄어들고,
사장님은 배달 문제로 억울한 리뷰를 받을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 해결책 3가지

우리는 고객, 점주, 배민 모두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세 가지 UX/UI 기반 솔루션을 도출했다.

  1. 앱 내 즉시 문의 기능 추가
    고객이 ‘배달중’ 혹은 ‘배달완료’ 상태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라이더 관련 문의하기’ 버튼을 누르면 고객센터에 직접 연결된다.
    더 이상 가게에 전화했다가 다시 배민에 전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2. 사장님용 포스기에 배민 문의 접수 기능 추가
    혹시 고객이 여전히 가게로 전화를 걸어온다면, 사장님이 해당 주문을 클릭해
    배민 측에 직접 문의를 접수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한다.
  3. 배달 문제와 가게 리뷰를 분리
    리뷰 작성 시점에 “배달에 문제가 있었나요?”라는 확인 절차를 추가해
    고객이 배달 문제는 따로 리뷰하고, 음식점에 대한 평가는 구분하도록 UX를 개선한다.

이렇게 하면 배달 문제가 가게 평점에 억울하게 반영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일들

이 문제를 지금 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사장님들의 불만이 커지면, 배민 멤버십 이탈은 물론이고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사장님 중 5%만 참여해도 월 100억 원 이상의 수익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 고객은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만으로 서비스를 떠난다.
    Zendesk에 따르면, 고객의 73%는 반복된 불편 이후 경쟁 서비스로 이탈한다.

지금이 ‘진짜 상생’을 실현해야 할 타이밍이다.


상생도, 돈이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기대한 효과는 분명하다.

  • 배민은 CS 비용을 줄이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며
  • 점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멤버십을 계속 유지하게 되며
  • 고객은 빠르고 정확한 문제 해결 경험을 얻게 된다.

게다가 사장님 중 5%만 신규 고객을 유입시켜도, 연간 약 50억 원 규모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결론

고객의 문의 경험은 단순한 불편 해결이 아니라
서비스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접점이다.

배달을 완성하는 건 단지 음식의 전달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정확하게, 친절하게 대응하느냐이다.

우리는 이 개편을 통해 고객과 점주, 그리고 배민 모두가 이득을 보는
진짜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감사합니다.
– 14조 군침 싹 팀